Page 104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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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불교를 불교의 주류로 보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주류는 이전부터 부파
           불교이고, 대승불교가 흥기하였어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견해를 따르면 부파불교나 아비달마를 ‘소승’으로서 작고 열등한 것으

           로 보려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대승불교가 유행한 동아시아적인 편견인

           것입니다.
             유식학파 자신들도 대승의 아비달마라는 것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습
           니다. 그들은 『대승아비달마경』이나 『대승아비달마집론』이라는 문헌을 가

           지고 있었습니다. 『대승아비달마경』이라는 경전은 현존하지 않지만, 무착

           보살의 저작인 『섭대승론』 등 유식학파의 중요한 문헌에 인용되어 있습니
           다. 이처럼 ‘대승아비달마’라는 제목에서 보면 유식학파가 강하게 아비달
           마를 의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비달마=부파

           불교, 아비달마=소승이라는 고정관념이 아니라, 아비달마를 보다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독자들께 ‘소승’이라는 차별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신에 ‘남방불교’나 서양학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테라바다’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보통 ‘유식 3년 구사 8년’이라고 하면, 『구사론』을 8년 공부하면 유식 공

           부는 3년으로 끝낼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물론 이
           런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숫자, 즉 3
           년이나 8년이라는 ‘시간’이 아닙니다. 유식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먼저’ 『구

           사론』을 공부한 후에 유식을 공부해야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부처님

           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그것을 정밀화한 아비달마불교[구사론]의 가르침에
           의지하면 의외로 유식을 명확하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구사론』을 근거로 삼지 않으면 유식을 바르게 이해할 수 없을 뿐

           만 아니라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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