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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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암 아비라기도
‘진리의 등’을 밝히는 수행
김퇴월 | 불교 언론인
8월22일 오전 가야산 해인사 백련암. 10시30분 사시예불을 마친 직후
각 당우에서 일제히 들려오는 소리. 낯선 사람으로선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진언이 하늘의 기세와 겨루듯 큰소리로 합송合誦되고 있었다. 백련암
당우는 고심원을 중앙으로 왼쪽의 대적광전, 관음전, 고심원 아래 장경각
과 오른쪽으로 원통전, 정념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당우 법당 안을 꽉
채운 신도들. 어림잡아 3백 명이 훨씬 넘어 보인다. 이들은 백팔대참회문
을 합송하며 백팔배를 마친 후 장궤합장 으로 진언을 외우기 시작했다.
1)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자료를 훑어 진언의 정체를 알아내지만 왠지 낯설다. ‘법신진언法身眞言’
으로 일컬어지는 이 합송은 30분간 계속된다. 이어 또 다시 알 수 없는 염
송念誦이 한참 합송되는 데 절집 이력이 꽤 된다는 필자로서도 생경한 처
음 듣는 진언이다. 이 역시 자료를 통해 ‘대불정능엄신주大佛頂楞嚴神呪’(이하
능엄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기한 것은 『신묘장구대다라니경』보다 긴
이 ‘능엄주’를 합송하는 신도들의 호흡이다. 악보 없는 음악을 연주하듯 ‘
1) 두 손을 합장하고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허리를 곧추 세워 기도하는 자세. 불문에 귀의한 출가자들이
처음 계를 받을 때 이런 자세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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