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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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계기로 출가를 결심하게 된다. 그는 처음으로 욕망의 집착과 그 결과인
괴로움을 뼈저리게 실감해야 했다. 이처럼 용수의 출가 동기는 붓다와 마
찬가지로 괴로움에 대한 철저한 통찰이라고 할 수 있었다.
2. ‘용수는 궁궐을 무사히 탈출하자 산으로 들어가 출가하였다. 이후 기
존의 경전, 계율서, 논서들과 히말라야 산의 늙은 비구에게 받은 대승경전
들까지 모두 독송했지만 의미는 이해해도 완전히 체득할 수는 없었다. 용
수는 별수 없이 더 많은 경전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녔고 이 과정에서 수
많은 사람들과 논쟁하며 상대의 주장을 논파했다. 그러나 어떤 외도가 ‘자
신이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라는 그대의 주장은 틀렸다. 왜냐하면 스승
이 있는 자는 한 가지라도 스승에게 물어야 할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게 되
기 때문이다’라고 반박하자 대답할 말이 없어지고 말았다. 궁색해진 용수
는 붓다의 가르침에도 끝까지 밝혀지지 않은 점이 있어 자신이 이치에 맞
게 추리하고 부연하여 후학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때 바다 속 용궁 안에 있던 대룡Mhānāga보살이 이를 보고 불쌍히
여겨 그를 용궁으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는 일곱 가지 보물[七寶]로 된 창
고를 열고 그 안에 있던 일곱 가지 보물로 된 상자를 열어 용수에게 수많
은 대승경전을 주었다. 용수는 그것을 70일 동안 읽은 뒤 그 깊은 의미에
통달했다고 한다. 이후 대룡보살이 더 많은 경전을 주려고 했지만 용수는
거절하고 지상으로 돌아온다. 한 상자의 경전 안에도 방대한 분량의 경전
내용이 다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처음 불교를 접하기 시작한 용수의 모습이 마
치 듣고 읽어 깨달음에 다다르고자 하는 성문승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그
래서 그는 불교의 모든 가르침을 다 섭렵하고 남김없이 이해하고자 이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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