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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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방패 등의 무기가 떨어지게 하였고 그 다음에는 아수라들의 손가락, 발
           가락, 귀, 코 등이 떨어지게 하였으며 마지막으로 공중을 깨끗하게 하여 신
           들과 아수라들이 양쪽에서 대적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왕과 바라

           문들은 결국 용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그의 가르침을 따르

           게 되었다.’
             이 이야기에서 왕이 난감해 한 이유는 비교적 분명하다. 이와 같은 상황
           에서는 어떤 언어로도 이 주장이 참인지 거짓인지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

           이다. 최소한 경험상의 증인이 한 가지라도 있어야 했다. 용수는 그 증거

           를 바로 눈앞에 보여줌으로써 ‘지혜는 그 사람의 말과 언어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왕에게 깨달음을 주었던 것이다.



             4. 용수의 마지막 또한 전설이 된 성직자에게 있을 법한 숙연함이 느껴

           진다. ‘용수는 해야 할 일을 마치고 이 세상을 떠날 때가 됐다고 생각하자
           평소 그를 질투하고 싫어했던 아비달마 비구에게 “그대는 내가 오랫동안
           이 세상에 머무르기를 원하는가” 하고 물었다. 그가 솔직히 원하지 않는다

           고 하자 용수는 조용한 방에 들어가 며칠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제자들

           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자 그 순간 매미가 허물[蟬脫]을 벗어버린 것처럼 없
           어지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집착에서 벗어나 모든 인연과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운 경지를 보여주고 떠난 용수는 이후 남인도의 모든 나라에서 붓

           다처럼 숭상되고 존경받았다.


             5. 『용수보살전』 등에 나타나는 용수의 삶이 이처럼 전설이 된 것은 그
           가 종교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기존의 실재론을 날카롭게 비판하

           고 붓다의 가르침을 명쾌하게 드러내는데 멈추었다면 그의 언어는 남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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