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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듯이 자연스레 우주만물의 변화에 따라 영원토록 ‘진리[道]=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예컨대 수메르인들에게 ‘죽음이 공포의 대상’이
었던 것과 다르다. 그들의 세계관은 다음의 ‘길가메시 서사시the Epic of
Gilgamesh’에 잘 나와 있다.
인간은 죽습니다. 내 가슴은 무겁습니다.
가장 큰 인간도 하늘에 닿을 수 없습니다.
가장 넓은 인간도 땅을 다 덮을 수 없습니다.
나 역시 무덤 속으로 가게 됩니까?
나도 그런 운명입니까?
신들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
인간에게는 죽음을 주었고
자신들은 생명을 가졌다.
5)
그들은 삶과 죽음을 ‘철저히 단절적으로 이해’하였다. 이들의 죽음에
는, ‘죽음=삶의 완성’이나 또 ‘죽음=다른 곳으로의 여행’이라는 관념은 없
다.
5) 김용옥, 『논어역주』1, 통나무, 2008, p.32 시를 재인용하였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졸업, 일본 츠쿠바대학에서 문학석사·문학박사 학위 취득. 한국양명학회장·
한국일본사상사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상상의 불교학』 등 30여 권이 있고, 논문으로 「원효와 왕
양명」, 「릴케와 붓다」 등 200여 편이 있다. 6권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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