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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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관 이야기 3
용수의 생애
배경아 | 동국대 불교학과 전문연구원
용수가 『중론』에서 ‘대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대승의 시
대를 열고 확립한 논사로 평가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앞에서 언급하였다.
또한 존재론적인 실재론을 비판하는 데 중점을 두었던 기존의 반야계 공
사상을 계승하면서도 인식론적인 실재론을 비판하고 언어적인 측면에서
공사상을 확립함으로써 중관학파의 개창자가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고
찰해 보았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대승과 중관학파의 출발점이자 설계자인 용수는 어
떤 인물이었을까? 용수의 삶과 개성을 살펴볼 수 있는 가장 권위 있는 전
기는 『용수보살전龍樹菩薩傳』이다. 이 전기는 유일하게 독립적인 한 권의 경
전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른 전기들, 예를 들면 티베트 전승이나 『부법장인
연전付法藏因緣傳』보다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역사적인 기록이라
기보다는 일종의 전설에 가깝다. 용수의 사후 150여 년이 지난 4세기경 중
국의 구마라집에 의해 한역, 혹은 편집된 것이므로 그 사이 중관사상을 드
러내는 신화나 전설이 추가됐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한 사상가의 생애를 살펴보는 일은 중요하다. 사
람들은 사상가의 언어가 아니라 그의 삶을 통해 그 사상을 더 잘 이해하기
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궁극의 경지에 도달하려
는 종교의 영역에서 그 궁극의 진리가 구현되는 곳은 바로 그 인간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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