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18년 12월호 Vol.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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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미술의 세계 7
간다라 미술로 보는 부처님의 학습기 조각
유근자 | 동국대 겸임교수·미술사
고향 가는 길에 오랜만에 기차를 탔다. 대학 시절 밤기차를 타고 여수에
갔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밤기차를 타고 고향을 가던 때의 청춘은
참으로 방황이 많았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원하지 않던
대학의 선택도 모든 것이 뒤범벅이었던 시절이었다. 그때 나에게 펼쳐진
새로운 길은 불교와의 인연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해 친구는 송광
사 여름 수련대회에 나를 데리고 갔는데, 1986년 송광사로 나를 이끌었던
그 친구는 내 인생의 선지식이었다.
소년 싯다르타, 다양한 기예 연마
문득 KTX를 타고 여수에 가는 기차 안에서 양이 끄는 수레를 타고 친
구들과 함께 스승을 찾아가는 싯다르타 태자가 떠오르면서 나를 데리고 송
광사에 갔던 친구가 생각났다. 옛날을 추억하다보면 가끔 성도 이전 부처
님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박사논문을 쓰면서 만난 싯
다르타의 청년시절은 전륜성왕의 길을 가는 태자로서의 모습에 충실했다.
싯다르타 태자가 성장했던 카필라성은 현재 폐허로 남아있지만(사진 1) 스
승을 찾아 학문을 연마하고, 활쏘기와 씨름을 통해 태자의 역량을 내보이
며, 죽은 코끼리를 성 밖으로 던져 강력한 힘을 내보이던 수학하던 때를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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