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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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로 세상 읽기 8



                       배포 있게 앞장 서 나아가라



                                                           김군도 | 자유기고가





             설봉 화상이 대중에게 수시하기를 “이 우주는 손가락으로 집어보니 좁쌀

           알 만 크기 밖에 안 된다. 그것이 우리 눈앞에 던져져 있는데 범부들은 깜깜

           무소식으로 알지 못한다.” 하곤 북을 치면서 모두 나서서 찾아보도록 했다.
                      擧, 雪峰示衆云, 盡大地撮來, 如粟米粒大, 抛向面前, 漆桶不會, 打鼓普請看.

                                                                 (『벽암록』 제5칙)



             옹졸해서는 일을 그르치는 게 사람의 일이다. 설봉 화상이 수시하는 내
           용은 출가 대장부답게 배포를 갖고 정진에 정진을 거듭하라고 주문하는 것
           이다. 우주가 어디 좁쌀만 하겠는가. 오히려 한없이 크고 넓어 그 끝을 알

           수 없는 게 우주다. 하지만 한없이 크고 넓은 우주라고 해도 깨달은 이에

           겐 아주 작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우주는 좁쌀 크기 밖에 안된다”




             설봉의존(雪峰義存 822∼903) 화상은 중국 역사의 격변기를 살았던 인물이
           다. 삼무일종三武一宗의 법란法亂이라 불리는 무종 회창의 불법사태가 있었
           을 때 승복을 벗고 환속하는 출가자들이 속출하였으나 화상은 어떠한 탄

           압과 배척에도 굴하지 않고 불조의 혜명을 전하기 위해 산문을 열고 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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