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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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이름은 (사물의) 실체와 부합符合하지 않고, (사물의) 실체는 이름에 들어

           맞지 않다. 이름과 실체가 합당하지 않으면 만물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래서 『중론』은 “사물에는 이것과 저것의 구별이 없다.”라고 말씀하셨

           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것으로 이것을 삼고, 저것으로 저것을 삼는다. 다
           른 사람 역시 이것으로 저것을 삼고, 저것으로 이것을 삼는다. 이것과 저

           것은 하나의 이름으로 확정지을 수 없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이것은 이것
           이고 저것은 저것이라고 확정적으로 고집하고 생각한다. 그러한 즉 이것

           과 저것은 처음부터 있지 않았다. (그런데) 어리석은 사람은 이것은 이것
           이고 저것은 저것이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이것과 저것이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면 어떤 물건에 대해 (이것과 저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나? 따라서 만물은 진짜가 아니고, 가짜 이름을 사용한 지 오래되었

           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성구광명정의경』은 “(사물에) 억지로 이름을 붙
           였다.”고 했고, 장주는 『장자』 「제물론」에서 ‘말[마馬]을 가리키는 상황’을

           빌려 (이 이치를) 설명하고자 했다. 이처럼, 심오한 말이 어디엔들 없으랴?
           그래서 성인이 많은 변화[사물]에 의거하지만 변하지 않고[성공性空의 도

           리를 깨닫고], 여러 미혹함을 거치지만 항상 이치에 통달할 수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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