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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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 산책 11



                          “바다는 분별심이 없네”



                                          백원기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문학평론가





             조선 중기 서산대사의 제자로 자비덕화가 출중했던 청매인오(1548~

           1623)는 임진왜란 때 의승장으로 출전하여 큰 공을 세웠다. 그 후 선사는
           변산 월명암, 지리산 연곡사, 실상사, 영원사 등에서 수행 정진했으며,

           도솔암을 세우고 ‘청매문파’를 열어 선풍을 크게 떨쳤다. 그림에 조예가
           깊었던 선사는 광해군의 명으로 벽계정심·벽송지엄·부용영관·청허휴

           정·선수부유 등 5대 조사의 영정을 직접 그려서 봉안하고 제문을 지어
           제사를 모시기도 했다. 연곡사에서 말년을 보낸 선사는 76세로 원적에 들

           었으며, 양무제와 달마의 문답으로부터 육조혜능에 이르는 공안법문을
           노래한 『청매집』에는 선정지혜와 자비실천의 시심이 잘 투영되어 있다.

           청매는 천하제일 길지인 상무주암上無住庵에서 치열하게 참선수행 정진
           에 힘쓰던 시절의 감회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땔나무 해오고 물 길어 오는 일  반시운수야정용般柴運水野情慵

                외엔 하는 일 없네
                참 나를 찾아 현묘한 도리              참구현관성자공參究玄關性自空

                참구에 힘쓸 뿐.
                날마다 변함없이                    일취만년송하좌日就萬年松下坐

                소나무 아래 앉았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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