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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른 모습이 끊어졌는데 다시 버릴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러니 ‘동일성’이 곧
‘절이상絶異相’인 것이다. 이 도리가 곧 ‘성性이 공空’인 이유이다. 중생의 집착
이 있으므로 깨달음의 법을 설하고 세간 인연의 탐착이 있으므로 불성을 말
한다. 힘을 다해 소리 높여 불러도 응함이 없는데 왜 갑자기 청매선사는 북
두성을 남쪽에서 보아라고 하는가? 북두성은 북쪽하늘에 있어 남쪽하늘에
서는 당연히 볼 수가 없다. 그러나 깨달은 이에게는 북쪽도 남쪽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다. 다만 인간의 분별심에 의한 관념상의 방위개념 일뿐이다.
운문선사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청정법신입니까?” 선사
가 말했다. “꽃이 난간을 둘렀다.” 스님이 말했다. “곧 이렇게 갈 때 어떠
합니까?” 선사가 말했다. “금털 사자[금모金毛]다.” 청정법신이 눈에 보이
는 사법의 진실임을 난간 두른 꽃으로 대답했지만, 사법의 모습에는 모습
이 없되 모습이 없음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법의 모습은 그것에 그것
이 없고 그것 없음도 없어 오직 살아 움직이는 행으로 주어짐을 ‘금털사
자’라고 다시 말한 것이다. ‘청정법신’을 답한 운문의 법어에 기반하여 청
매는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산색과 시냇물소리 얼굴과 산색계성면목휘山色溪聲面目渾
눈에 섞이고
금털사자는 푸른 구름에 금모사자입청운金毛獅子入靑雲
들어가며
옥 같은 꽃에 해는 길어 옥화장일다호걸玉華長日多豪傑
호걸은 많은데
취해 붉은 난간 넘어뜨리니 취도홍란도야분醉倒紅欄到夜分
벌써 밤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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