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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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주고 위로해 준다면, 선사는 그 사람의 속 작음에 웃음이 날 것 같다고

           표현한다. 탈속 무애한 방외지미方外之味의 선지가 명징하게 드러나 있다.
             승찬의 법[심인心印]을 이어받은 도신은 기주 황매현의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한 동자를 만났다. 나이는 일곱 살 정도였고 말하는 것이 특이하
           였다. 도신이 묻기를, “네 성姓이 무엇이냐?” 동자가 답하기를, “성은 있

           으나 예사로운 성이 아닙니다.” 도신은 “그게 무슨 성이냐?”라고 물었
           다. 동자가 대답하기를, “불성佛性입니다.” 도신은 “너는 성이 없단 말이

           냐?”라고 묻자 동자가 “그 성은 공하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 ‘도신문
           성道信問姓’이다. 이에 기반 한 『선문염송』 본칙 109칙에 대해 청매선사는

           이렇게 읊고 있다.



                동일한 성품이기에                동일성고법무취同一性故法無取
                법에 취함이 없고

                모습이 다르지 않기에              절리상고법무사絶異相故法無舍
                버릴 법이 없네.

                힘을 다해 소리 높여              진력고성환불응盡力高聲喚不應
                불러도 응함이 없나니

                북두의 별을 보려거든.             요간북두남천하要看北斗南天下
                남쪽하늘에서 보아라



             비록 나이 어리지만 보리심을 냈으니, 그를 어찌 어린아이라 할 수 있겠

           는가? 어쩌면 후일 5조 홍인이 된 어린아이는 세간법과 세간 부모의 인연이
           공한 줄 알고 불성의 바다에 든 지도 모른다. 본성과 현상의 양변을 모두 끊

           어버린 자리이기에 취하고 버릴 것이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 각각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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