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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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 산책 12



                      맑은 바람이 태고에 불어오네



                                          백원기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문학평론가





             백운경한, 나옹혜근과 더불어 고려 말 삼대 화상으로 불리는 태고보우

           국사(1301~1382)는 한국불교조계종 중흥조이자 태고종 종조이다. 원나라
           선불교의 거장 석옥청공(1272~1352)으로부터 임제 정맥을 계승한 국사는

           원융부를 두어 구산원융 오교홍통九山圓融 五敎弘通을 주장하여 5교9산의
           통합에 진력하였다.

             13세 때 회암사 광지 선사에게로 출가했던 태고는 19세에 구산선문의
           하나인 가지산문의 종풍에 따라 ‘만법귀일’의 화두를 참구했다. 이후 그는

           33세에 수행처를 감로사로 옮겨 7일간 불철주야 용맹정진을 하였다. 마
           지막 날 저녁 선정 삼매에 들었는데 푸른 옷을 입은 두 어린동자가 나타

           나 더운 물을 권하였는데, 이것을 받아 마셨더니 감로수였다. 그때 홀연
           히 깨달음 얻고 노래한 것이 「감로심甘露心」이다.



                이 한 물건 얻을 것 없는 곳에서             일역부득처一亦不得處

                집안의 돌 밟아 깨뜨렸네                  답파가중석踏破家中石
                돌아보니 깨뜨린 흔적도 없고                회간몰파적回看沒破跡

                본 사람마저 없어 고요하다.                간자역기적看者亦己寂
                그대로 드러나 둥그런 그것                 요료원타타了了圓陀陀

                그윽하여 광명이 더욱 찬란하니               현현광삭삭玄玄光爍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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