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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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와 조사, 산하대지를                  불조여산하佛祖與山河

                입 없으되 모두 삼켜 버렸네.               무구실탄각無口悉呑却
                                                                           - 「감로심甘露心」



              태고는 이 한 물건의 본체를 찾는 치열한 참구 끝에 고요 속에 생동하

            는 생명과 하나가 된 자신의 본래모습을 보았다. 즉 무시이래 지녀온 온
            갖 것, 생의 뿌리마저 뽑아서 죽여 버리니 본지풍광本地風光이 확연해졌던

            것이다. 도의 깨침이란 도를 얻는 것이 아니라 ‘無’를 깨뜨림이었다. 깨져
            버린 집안의 돌이 흔적도 남아 있지도 않고, 그 자신마저도 없고 고요하

            다고 한 큰 깨달음의 자리에는 광명이 더욱 찬란하다. 부처도 조사도 산
            하대지 그 어느 것도 입을 대지 않고 삼켜버렸으니 세상이 본래와 같이

            고요해진 것이다.
              이후 태고는 1337년 가을 불각사에서 『원각경』을 읽다가 “모든 것이 다

            사라져 버리면 그것을 부동(一切盡滅 名爲不動)”이라고 한 대목에서 다시 한
            번 깨달음을 얻었다. 이어 그해 10월 그는 채홍철의 추천으로 송도의 전

            단원에서 겨울 안거를 맞아 정진한 끝에 이듬해 38세 되던 1월7일에 크
            게 깨달았다. 그 두 번째의 깨달음의 시가 다음의 「오도송悟道頌」이다.



                조주 고불 늙은이가                     조주고불로趙州古佛老

                앉아서 천성의 길을 끊고                  좌단천성로坐斷千聖路
                취모검을 얼굴에 들이댔으나                 취모적면제吹毛覿面提

                온몸에 빈틈이 없네                     통신무공규通身無孔窺
                여우와 토끼 자취를 감추더니                호토절잠종狐兎絶潛踪

                몸을 바꾸어 사자가 뛰쳐나오고               번신사자로翻身師子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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