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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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같은 관문 쳐부수니 타파뢰관후打破牢關後
맑은 바람이 태고에 불어오네. 청풍취태고淸風吹太古
- 「오도송悟道頌」
화두참구를 통하여 모든 분별과 망상, 태고 이래로 이어 온 생사의 문
제를 몰록 한순간에 절단해버린 법열을 표현한 태고 시문학의 압권이다.
서릿발 같은 취모검으로 미혹을 타파하고 돈오의 경지에 들어가는 선심
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여우와 토끼가 자취를 감추고 사자의 위엄이
드러난 것은 눈앞에 어리는 사견을 취모검으로 자르듯이 단절한, 즉 이치
를 헤아리는 알음알이의 경계를 뛰어 넘어야 사자와 같이 불조佛祖의 세
계에 이를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마지막 구절 “철벽같은 관문 쳐부수니
맑은 바람이 태고에 불어오네”는 의정疑情이 뚫려 부서지고 활연 대오한
경지에서 느끼는 자신의 심경을 노래한 것이다. 태고는 현상에 집착하지
않고 걸림이 없는 원융무애의 깨달음에서 얻는 법열을 “맑은 바람”으로
상징하여 탕탕한 선적 아름다움으로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 다분히 언외
지미言外之味의 태고의 깊은 선적 사유가 투영되어 있다.
태고는 46세(1346)에 원나라 연도에 들어가, 이듬해 호주 하무산 천호
암으로 임제의 18대 손인 석옥청공을 참문하고 「태고암가」를 보여드렸는
데, 그 순간 석옥 선사는 태고가 명안 종사임을 알아보고 임제 정맥의 적
자로 인가를 했다. 당시 76세의 석옥선사는 “이별할 때가 되어 「태고가」를
읊어보면 순박하고 두터우며, 그 글귀를 음미해 보면 한가롭고 맑았다.
1)
이는 참으로 공겁空劫 이전의 소식 을 얻은 것이다. 날카롭고 과장된 요
1) 아득한 옛적 공겁 때 제일 먼저 성불했다는 위음왕불威音王佛 이전의 최초 진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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