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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즘의 글에 비할 바가 아니니 ‘태고’라는 이름이 헛되지 않았다.”라고 크게
찬탄하고 발문까지 써 주며 이렇게 화답하고서 의발을 전했다.
이 암자가 먼저 있고서 비로소 세계가 있었으니,
선유차암 방유세계先有此菴 方有世界
세계가 무너질 때에도 이 암자는 무너지지 않으리
세계괴시 차암불괴世界壞時 此菴不壞
암자 속의 주인은 있고 없고가 없으니
암중주인 무재부재菴中主人 無在不在
달은 먼 허공을 비추고 바람은 온갖 소리를 내네.
월조장공 풍생만뢰月照長空 風生萬籟
- 「 원지정칠년元至正七年 정해팔월단일丁亥八月旦日 호주湖州 하무산霞霧山
석옥노납石屋老納 칠십육세서七十六歲書」
천하의 선객들을 제접하던 석옥 선사가 중국의 수많은 선객들을 제쳐
두고 고려에서 와 보름 남짓 그와 함께 머문 태고에게 의발을 전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석옥 선사가 법담으로 “시
간과 공간이 생기기 전에도 태고가 있었느냐?”고 태고에게 묻자, 태고가
“허공이 태고에서 나왔다.”고 답했다. 그러자 석옥 선사는 그의 법기를 알
아보고 그에게 법을 전했던 것이다. ‘태고’는 시작을 알 수 없는 아득한 옛
날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오늘의 존재 원인이다. 이러한 진리는 시공을 초
월해서 일체 속에 있다. 따라서 석옥 선사는 시공을 초월한 ‘태고’라는 암
자는 무너지지 않는다고 표현했던 것이다. 결국 ‘태고’는 암자의 이름이 되
었지만, 태고의 선풍을 담지한 절 이름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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