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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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로 세상 읽기 12
안주하지 않는 삶
김군도 | 자유기고가
청량의 대법안 화상께서 재에 가기 전에 스님들의 증오證悟를 확인하고자 법석을 열었다. 법
안 화상이 손으로 발[염簾]을 가리켰다. 그때 두 시자가 함께 가서 발을 말아 올렸는데, 법안 화
상이 “하나는 얻고 하나는 잃었다.”고 말했다.
淸凉大法眼, 因僧齊前上參. 眼以手指簾, 時有二僧, 同去卷簾. 眼曰: “一得一失.” (『무문관』 제
26칙)
청량법안(淸凉法眼, 885~958) 선사는 법안종法眼宗의 조사祖師다. 나한계침
(羅漢桂琛, 867~928) 선사의 법맥을 이었으며, 법명인 문익文益 선사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래서 대체로 법안문익으로 불린다. 절강성 여항余杭
에서 태어났고 속성은 노魯씨다. 나이 20세에 구족계를 받았으며 출가 초
기엔 교학을 깊이 공부했고 유교에도 조예가 깊었다. 하지만 출가의 본
분사를 해결하지 못하자 훗날 선禪에 천착했다. 선문에서 장경혜릉(長慶
慧稜, 854~932) 선사의 가르침을 받았는데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제방의
대덕들을 두루 참방하고자 행각行脚에 나서 큰 깨달음을 이룬 것으로 알
려졌다. 그의 선지禪旨와 지덕智德은 단연 돋보였다. 이는 그가 법안종을
개창한 조사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법안 선사가 이 공안에서 말하고자 하려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상
참上參’이란 법문을 듣기 위해 만들어진 법석이나 조실 스님에게 자신들
의 증오證悟를 확인받기 위한 자리라는 뜻으로 쓰인다. 상참에 들기 전
법안 선사는 시자들에게 발을 가리키며 걷으라고 지시한다. 이에 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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