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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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적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되도록 자기감정을 잘 조절하고 관리하
려 한다. 평소 자기감정을 잘 조절해 온 사람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
황하거나 조급해 하지 않는다. 반대로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들은 조
그만 일에도 화를 내고 갑작스런 상황에서는 민감하게 대응한다.
실제로 법안 선사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위축되거나 좌절하지 않고 오
히려 자기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전환점을 만든 뒤 마침내 훗날 법안종을
만드는 조사가 된다.
그가 장경혜릉의 가르침에 만족하지 못하고 지내던 어느 날 동료와 함
께 행각行脚을 나설 때의 일이다. 행각이란 안거를 마치고 해제기에 선지
식을 두루 찾아뵙고 안거 때 향상向上한 자신의 법력을 인가받는 일종의
여행이라 할 수 있다. 행각 도중 법안 선사는 갑자기 퍼붓는 함박눈을 피
해 찾아 들어간 곳이 지장원地藏院이라는 조그만 암자였다. 눈이 그치길
기다렸다가 지장원에서 나오며 원주 스님과 작별인사를 했다.
원주는 문 밖에 있는 큰 바위에까지 전송을 나왔다. 법안 스님이 ‘잘
쉬었다 갑니다’ 하고 돌아서는데 원주가 묻는다. “그대들은 평상시 삼계
유심三界唯心이란 말을 알고 있을 터인데 이 바위가 그대들의 마음 밖에
있는가, 마음 안에 있는가?” 이에 법안이 “마음 안에 있습니다.”고 답하
자, 원주의 말이 귀를 때리는 데 법안으로선 가히 충격이었다. “멀리 행
각하는 그대들이 저렇게 무거운 바위를 품에 안고 다니느라 얼마나 힘
이 들꼬?” 이 말에 법안은 대꾸할 실력이 없음을 알고 도망치듯 돌아섰
다. 법안이 한참 도망치다 생각했다. ‘행각하는 의의가 선지식을 찾고자
함인데, 지장원의 원주 스님은 선지식이 틀림없다. 괜스레 시일을 허비
할 것이 아니라 스님의 지도를 받는 것이 옳다.’ 그는 다시 발걸음을 돌
렸다. 법안이 지장원의 문을 두드리자, 원주가 나오며 “아직도 그 무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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