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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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와 더 큰 시대의 아이콘을 찾아 떠나는 수행자다.
향상일로向上一路를 추구하는 이들은 절대로 안주安住하지 않는다. 한
곳에 안주하게 되면 변화를 읽는 힘이 떨어지고 결국엔 도태된다. 한 곳
에 오래 머무른 물은 썩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숫타니파타』에서는 “성인
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고 하였다. 신라에서 태어나 당나라를
유학하고 돌아온 동진 대사(洞眞大師, 869~948)가 완산주(지금의 전주)에 머
물고 있을 때,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 완산주 남쪽 남복선원南福禪院에 주
석해 줄 것을 간청한 일이 있었다. 이에 동진 대사가 “새도 머물 나무를
가릴 줄 아는데, 내 어찌 박이나 오이처럼 한 곳에만 매달려 있어야 한단
말이오?”라며 거절했다. 한 곳에 정주定住하는 게 오히려 자신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사실을 동진 대사는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머물지 않는다는 것은 항상 분주히 자신을 움직여 새로운 도전을 시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계침과 법안이 제방을 돌며 선지식을 찾아 진리
를 구했던 그 시간들이야말로 이들을 훗날 선가의 큰 인물로 만든 요인
일 터이다. ‘발’을 걷어내는 행위는 자신의 게으름과 나태와 안주를 벗어
내는 의미와 직결된다. 그런 연후 광활한 세상과 맞닥뜨리는 것을 두려
워해선 안 된다.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고 익혀야 시대를 이끌 수 있고 후
학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다. 깨달음의 세계는 그렇게 수많은 인물과 변
화들에 맞서 자신을 단련시켜야 증득할 수 있는 것이다. 발을 어떻게 걷
어낼 것인가 그 답은 바로 우리들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
김군도 자유기고가. 선시 읽는 법을 소개한 『마음의 밭에 달빛을 채우다』를 펴내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오도송에 나타난 네 가지 특징」·「호국불교의 반성적 고찰」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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