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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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발을 걷었는데 “하나는 얻었고 하나는 잃었다.”니 이 무슨 언밸런
스Unbalance한 지적이며 평가인가? 또 법안 선사가 말하는 득과 실은 무
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하나는 얻고 하나는 잃었다”
추측해 보건대 발을 걷어 올리면 밖의 환한 빛과 공기가 방 안에 넘쳐
날 것이다. 이 때 한 시자는 이를 상큼하게 받아들였고, 또 다른 시자는
언짢게 반응했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여기서의 ‘발’이란 전호
에 소개한 공안의 ‘그물’과도 같은 것으로 이해했을 때 ‘발’이 치워지면 넓
디넓은 광활한 세계가 펼쳐진다. 한 시자는 이를 반겼고 다른 시자는 두
려워했을 수도 있다. 발을 걷는 두 시자의 움직임은 분명 똑같았지만 발
을 걷어 올린 외부의 환경을 받아들이는 두 시자의 반응은 달라보였던
모양이다. 이를 살핀 법안 선사가 즉각 내뱉은 말이 ‘하나는 얻었고 하나
는 잃었다’다.
이 공안을 통해 생각해보는 게 변화하는, 또는 변화된 세상과의 조화
다. 자신에게 어떠한 상황이 주어지든 이에 잘 적응하는가 하면, 섭수하
고 포용하는 능력까지 보여준다면 이는 조화를 꾀할 줄 아는 사람이다.
반면 주어진 상황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배타적이고 수동적인 반응
으로 일관한다면 이는 낙후되거나 옹졸한 존재로 남게 될 것이다. 법안
선사는 두 시자가 함께 발을 걷어 올리는 모습을 보며 이것을 우리에게
일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느 상황에서든 당황하거나 짜증내는 일이 없어야 조화가 이루어진
다. 감정에는 기복起伏이 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경우 가까이 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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