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P. 17
약발藥鉢과 석장錫杖을 든 약사여래상
일본에서 작성된 『도상초圖像抄』 권2 「약사여래」조와 『별존잡기別尊雜記』
권4 「약사」조에는 약이 든 발우 형태의 약발藥鉢과 수행자의 지물인 지팡
이[錫杖]를 지물로 한 약사여래상이 기록되어 있다(사진 3). 석장을 들고 있
는 약사여래상이 처음 등장한 것은 초당시기에 개착된 돈황막고굴 322굴
동벽 문 남쪽의 약사삼존상에서부터이다. 이후 석장을 든 약사여래상은
돈황 지역에서 새로운 도상으로 정착되었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의 약사
여래상에서는 드문 형식이다(사진 4).
약그릇을 들고 있지 않는 약사여래상
『각선초覺禪抄』 권2 「약사법藥師法」에 의하면 석가여래와 약사여래는 동
체이면서 이름만 다를 뿐이라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두 불상은 형상이
모두 같다는 것이다. 또한 오른손은 모든 두려움을 없애주는 시무외인施
無畏印을 짓고 왼손은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여원인與願印을 맺으며, 손에
는 약기가 없다는 것이다. 약사여래상 가운데 약기藥器가 없는 상이 존재
하는 것은 여기에 기원한다고 할 수 있다(사진 5).
병마를 항복시키는 모습을 한 약사여래상
우리나라의 약사신앙은 삼국시대 때 도입된 이후 조선시대까지 성행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고통은 병으로
인한 고통이기 때문이다. 경전에 언급된 약사여래상의 특징과는 달리 삼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