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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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먹기 때문에 온도가 잘 오르지 않는다. 잘 마른 소나무 장작을 가마 안

           의 안쪽 중간 입구 쪽에 두 개비 두 개비 세 개비를 던진다. 가마 안의 온
           도 편차가 크기 때문에 골고루 열이 가도록 던져야하는데, 가마 안의 온

           도가  너무 뜨겁다보니 장작을 골고루 던지지 못해 가운데에 쌓이는 경우
           가 많다. 또 급하게 던지다보니 장작이 그릇을 쳐서 그릇이 떨어지는 경

           우도 많다. 지금부터는 시커먼 연기가 무섭게 타고 오른다.
             두어 시간을 전투적으로 장작을 던진 후 유약이 녹았나 불보기 시편

           을 꺼내본다. 시편이 녹을 기미가 없으면 다리의 힘이 풀린다. 이제는 피
           를 말리는 불과의 싸움이다. 그리고 나와의 싸움인데 불앞에 있는 그릇

           이  번들거리면서 마치 유약이 잘 녹은 것 같이 보이는 것 같다. 아니 그
           렇게 믿고 싶고 타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나중에 꺼내보면 앞면만

           간신히 녹고 나머지는 설익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너무 힘들 때
           는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과 계속 싸운다. 안 녹은 줄 알면서도 다음 칸으

           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나무나 체력을 다 소모할 수 없기 때문
           에 아쉽지만 포기하는 경우이다. 땀은 범벅이고 얼굴은 잘 익은 홍시 같

           고 눈은 계속 불길이 따라 다닌다.
             불의 색도 달라진다. 온도가 1000도 내외일 때는 붉은색이었다가 더

           높아지면 노란색으로 갔다가 그 다음엔 하얗게 되었다가 그릇이 익을 즈
           음은 푸른색의 서늘함이 보인다. 너무 높은 온도가 서늘한 색이라니. 밝

           기가 너무 밝아서 나무를 넣고 불을 바라보다보면 그 불빛이 계속 눈을
           따라다닌다. 내 눈 안에 가마가 들어앉은 것 같다.

             장작이 타고 남은 푸른 재가 반짝일 때의 느낌. 뭔가 이 세상의 빛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불에 홀리는 게 이런 건가하는 생각도 든다.

             나무를 넣고 가마 밖으로 나와 흙바닥에 잠시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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