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P. 47

오래 걸린다. 한 사람이 전 과정을 다 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또 전체적인 과정이 하나로 연결되기 때문에 적절한 배분이 필요
            한 부분이다. 나는 누구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전 과정을 손수 하는데

            나무를 준비하는 과정이 공부라면 공부겠지만 솔직히 누가 이 공부 가져
            갔으면 좋겠다.

              나무도 준비해놓고 가마 안에 그릇도 재임을 해놓고 문도 막았으면 이
            제 불을 당겨야한다. 찻 사발에 차를 맑게 우려 가마 위에 올린다. 술을

            안 드시는 스승님은 막걸리를 뿌리기도 하던데 술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나는 내가 마셔 버릴까봐 차로! 몇 번은 백팔 배를 하기도 했었는데 불 때

            기의 대장정에 꾀가 생겨 요즘은 삼배만 올린다.
              “잘 익게 해 주십시요!”

              불을 당기면 한 시간 정도는 가마 안에 있는 먼지 등이 타면서 연기가
            많이 나온다. 이때는 나무를 자주 안 넣어도 되기 때문에 주변을 돌면서

            정리도 하고 차도 마신다. 불 때기는 주로 저녁 무렵에 시작한다. 마을에
            가마가 있다 보니 연기가 신경 쓰여서이다. 소나무를 때는 것이긴 한데

            온도가 높아지면 내가 보기에도 민망한 시커먼 연기가 무섭게 난다. 난
            밤 시간엔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한번 밤새워 불을 때고 나면 수명이 십

            년은 줄어든 것 같다고 농담 삼아 말한다.
              첫 봉통은 3시간 정도를 땐다. 예열이다 보니 무겁고 긴 나무를 좌우

            와 가운데로 골고루 가도록 힘껏 던져 넣어야한다. 앞 머리카락이 그을리
            기 일쑤다. 온도는 1000도 정도 된다. 그 다음으로 예열 두 번째 칸인 공

            칸으로 넘어간다.
              이제 본격적으로 좀 센 예열을 하는 칸이다. 숯이나 재가 많으면 온도

            가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봉통 예열 칸을 두 공간으로 나눈 것이다. 나무



                                                                        45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