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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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넣는 불창인 작은 쇠문이 달아서 빨갛다 못해 녹기도 한다. 벌써 몇 번

           을 바꿨다.
             불길이 붉은 강이 흐르는 것 같다. 일렁이며 맹렬하게 굴뚝 쪽으로 타

           고 올라간다. 뒤 칸에 불길이 올라가다가 불이 사그러들면서 빠지는 것을
           잘 보고 장작 넣는 것을 가늠한다. 본격적으로 도자기를 넣은 칸인 다음

           칸으로 넘어가는 시점을 ‘날이 났는가’로 판단한다.
             가마불창 밖에서도 도자기가 쟁여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그릇의 전부

           분이 광이 나면서 유약이 녹기 시작하는 것을 날이 났다고 한다. 도자기
           가 익었다는 것은  유약이 잘 녹는 시점을 말한다. 유리질 화되어 그릇의

           옷이 입혀지는 것이다. 공칸에서의 온도는 1100도 이상이다. 세 시간 정
           도가 소요된다.

             날이 났으면 다음 칸으로 올라가는데 기물을 넣은 첫 번째 칸을 ‘노리
           칸’이라고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온도를 1300도 이상으로 높여서 도자기

           를 익게 해야 한다.
             음악도 바꾼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여유롭게 듣다가 ‘경허 스님 참선

           곡’이나 좀 더 힘이 필요할 때는 ‘신묘장구 대 다라니’를 듣는다. 듣는 다
           기 보다는 주력을 한다.



             차 한 잔 올리고 불을 당긴다



             이 칸에서는 온도를 1300도까지는 올려야 유약이 녹는 시점이 된다.

           나무로 1300도를 올린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쇠가 녹는 온도가
           1500도 정도임을 감안하면 무시무시한 열기다.

             이때는 가는 소나무장작을 사용한다. 나무가 두꺼우면 산소를 너무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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