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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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할 때만 찾아도 어찌 그리 웃어주시는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그 미소를 보면 마음은 이미 무장해제다. 운 좋으면 보원사 스님의 예불
            도 만날 수 있다. 전생에 이곳의 끈이 있었기에 내가 뭔가 끌리듯이 여기

            에 터를 잡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해 본다. 기도의 마음은 무슨 결
            과가 나오더라도 내가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길 바란다. 지나친

            자책이나 바람이나 장작 탓이나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필요할 때만 찾아도 항상 웃는 서산마애삼존불



              하나의 그릇이 되기 위해서는 두 번의 불을 때야한다. 첫 초벌은 그을
            림이 벗어지는 정도까지인데 그 온도가 800도 정도이다. 이는 유약을 시

            유하는 과정을 쉽게 하는 과정이다. 유약을 시유해서 가마 안에 차곡차곡
            재임을 하고 난 뒤 나무가 들어갈 조그만 공간을 남기고 빈틈없이 막아버

            린다. 불을 땔 때 되도록 산소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불을 때기 전 나무는 충분히 가마 옆에 준비해 놔야한다. 봉통에 예열

            하는 나무는 두꺼운 나무도 상관없다. 그리고 꼭 소나무가 아니어도 된
            다. 그리고 우리 가마는 ‘공칸’이라는 재가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두 번

            째 봉통이 있다. 재나 숯이 쌓이면 열효율이 떨어진다. 이것은 가마를 지
            어주신 스승인 천한봉 선생님께서 만든 방식인데 여러모로 예열을 효율

            적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이다. 공칸은 첫 봉통보다는 가는 나무를 써야한
            다. 입구도 작고 온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1300도까지 올리는 칸 불을 때는 나무는 소나무를
            가늘게 쪼갠 장작을 써야한다. 나무를 준비할 때 이 작업이 만만치 않다.

            좋은 소나무를 가늘게 쪼개고 잘 말려야 화력이 좋아지기 때문에 이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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