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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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토록 살아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내가 또 이렇게 말하니, “허, 그러면 다 필요 없네. 그 뭐 화엄, 법화도
           필요 없고 조사어록도 필요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그런 것 다 뭐 할 필요

           있나, ‘이 뭣고!’만 하면서 앉아 있으면 안되겠나!”
             그야 물론 그렇습니다. 그리 하면 그만이지만 그러나 아직 그리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유치원에서는 유치원 과정이 필요하고 초등학교에서
           는 그 수준에 맞는 과정이 필요하듯이 모든 방편이 다 필요한 것입니다.

           아직까지 유치원 자격밖에 안 되는 사람이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
           한다고 말만 그렇게 들었지 실제로는 그렇게 안 됩니다. 생각을 해보십시

           오. 조그만 돌도 하나 못 드는 어린애가 큰 바위를 들려고 한다든지 태산
           을 짊어지고 가려고 하면 되겠습니까. 안 된다, 이 말입니다.

             이렇듯 자기 역량에 따라서 방편도 실이 되고 실도 방편이 되는 것이
           니, 우리가 모든 것에서 한 법에 국집局執해도 못쓰고 또 한 법이라도 함부

           로 버려도 안 됩니다. 사람사람이 그 정도에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합니다. 원 근본은 “부처도 초월하고 조사

           도 초월해서 불타와 조사 보기를 원수같이 보아야만 참으로 공부할 분이
           있다.” 이 말입니다. 이것이 근본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때서야 참으로

           크게 눈을 뜨고 살불살조殺佛殺祖하는 그런 대출격장부가 될 것입니다.
             이만 했으면 방편이 무엇이다 하는 것, 그에 대해 무엇을 취하고 어떻

           게 해야겠다는 것을 우리가 다 알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니, 강원에서는 경
           經 부지런히 익히고 선방에서는 화두話頭 부지런히 해 가지고 어떻게든

           자기 하는 공부를 하루바삐 빨리 성취하도록 노력합시다.
                                       │1981년 음 11월15일, 방장 대중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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