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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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법계란 말입니다.
이것을 ‘교’에서는 실이라 하여 구경법이라 하는데, 참으로 사실을 알
고 보면 이것도 일종의 방편이고 가설이며, 달 가리키는 손가락이지 달은
아니더란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화엄이고 법화고, 일승이고 원교고 다
내버려야 된다, 이 말입니다. 저 태평양 한복판에. 그리고 어떻게든 노력
해서 손가락만 보지 말고 달을 봐야 되겠다 이것입니다. 예전에 늘상 조
사 스님들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부처님과 조사를 원수같이 보아야만 見佛祖, 如寃家相似,
비로소 공부할 분分이 있도다. 方有參學分.” 6)
그러면 예전 조사 스님들의 어록語錄은 모두 실인 것 같은 생각이 들
겠지요. 물론 화엄, 법화와는 틀립니다. 그러나 나중에 참으로 바로 깨쳐
놓고 보면 조사 스님의 어록도 사실에 있어서 ‘눈 속 가시[안리형극眼裏荊
棘]’이다, 그 말입니다.
그래서 참으로 초불월조超佛越祖, 부처도 초월하고 조사도 초월하는 이
런 출격대장부가 되어야만 비로소 횡행천하橫行天下하고 “내 말 한번 들어
보라!”고 하든지 “내 말 듣지 말아라!” 하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 이 방편
에 얽히고 저 방편에 얽히고 하여 이리 넘어지고 저리 넘어지고 하면 영
6) ‘見佛祖’, ‘如寃家相似’, ‘方有參學分’ 등의 단편적인 구절은 선사들의 어록에 더러 있지만 이 구절 전
체는 『불해할당선사광록佛海瞎堂禪師廣錄』 권제3卷第三 「불해선사소참보설佛海禪師小參普說」에 있다. 불해할
당(일명 영은혜원靈隱慧遠) 선사는 임제종 양기파에 속하는 송나라 시절의 중국 스님으로, 사천성四川省 미
산眉山 출신이며 생졸년은 1103-117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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