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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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계라든지 제법실상이라든지 무애법계, 일승원교라 하는 것이 우리 불교

            의 구경究竟이냐? 그게 아닙니다. 교외별전敎外別傳인 선禪이란 것이 있습
            니다. 일승이니 하며 아무리 큰소리치지만 이것은 말에만 그칠 뿐, 말! 말

            이지 실은 아닙니다. ‘교’라 하는 것은 뭐라고 하던 ‘말’이지 ‘실’은 아닙니
            다. 아무리 일승이 실법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빨간 거짓말입니다.

              일승 이야기 아무리 해봤자 밥 이야기는 배 안 부릅니다. 아무 소용없
            습니다. 이것 가지고는 해탈 못 한다, 그 말입니다. 이것만 가지고서는!

            밥은 실제 떠먹어야 됩니다. 그러니 오직 참으로 마음의 눈을 뜨려면 참
            선參禪을 해야 됩니다. 그것을 교외별전, 즉 선이라 하는 것입니다.

              ‘교’라 하는 것은 부처님 말씀이고 ‘선’이라 하는 것은 부처님 마음을 전
            한 것인데, 말씀이란 것은 마음을 깨치기 위해 한 것이지 딴 것 아닙니다.

            요리강의라는 것은 밥 잘 해 먹자는 것인데 밥 잘 해 먹자는 이외에 뭐가
            있습니까. 요리강의를 천千날 만萬날 해도 배가 부르는가, 아무 소용없습

            니다. 그러니 교외별전에서 볼 때는 일승 아니라 더한 일승이라도 이것
            전부가 방편이고 전부 가설인 것입니다. 실지에 아무 소용없는 것입니다.

            진정眞淨 스님 말씀이 있습니다.



                “다함이 없는 자성바다는 한 맛이나   無盡性海含一味,
                그 한 맛마저 끊어져야 나의 선이다.   一味相沈是我禪.”              5)








            5)  천책天頙이 찬술한 『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권상卷上 「선교대변문禪敎對辨門」과 이능화가 저술한 『조선불교
             통사朝鮮佛敎通史』 중편中篇에 수록된 서산 대사의 「선교석禪敎釋」에 진정극문의 이 말이 인용되어 있다.
             이능화 저, 『조선불교통사』(상·중편), 서울:경희출판사, 1968,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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