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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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소르 ‘왕의 계곡, 왕비의 계곡’에서. 오른 쪽은 일림 스님.
교과서에서 사진으로만 보았던 피 뜯어져 없어지고, 한 개에 몇 톤
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직접 본다는 씩 나갈 만한 바위 돌만 드러나 있
생각에 기대와 흥분이 밀려 왔습 는 모습에, 마치 폐허에 남겨진 ‘황
니다. 출발한 지 30분 정도 지나자 량함’ 같은 광경에 ‘흥분’은 서서히
크고 작은 세 개의 피라미드가 멀 ‘씁쓸함’으로 바뀌어갔습니다.
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 사진 찍는 장소에서 가이드가
생 마냥 흥분됐습니다. 막상 피라 알려준 포즈로 사진을 찍었습니
미드에 가까이 갈수록 ‘실망감’이 다. 양팔을 벌리고 두 손바닥을 하
점점 밀려왔습니다. 파라오(황제)의 늘로 향하게 하고, 엄지와 검지 사
무덤이라 거창하기는 한데, 주위 이를 5cm정도 띄우고 팔을 드는
는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자갈밭 시늉을 하라고 했습니다. 찍힌 사
그대로고, 피라미드 겉 부분은 다 진을 보니 두 손바닥 위에 피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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