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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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저를 들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간다라 불전도 속의 금강역사
는 항상 부처님 곁에 서 있는데 한 손에 위아래가 넓고 가운데가 좁은 금
강저를 들고 있다.
이때 금강역사의 역할은 부처님을 호위하는 것이 임무이지만 불자拂
子를 갖고 있는 금강역사의 임무는 공손하고 순종적인 종자從者의 표현이
라고 보는 연구도 있다(사진 1). 또한 금강역사의 얼굴과 착의着衣는 다양하
기 때문에 그 역할 역시 매우 다양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금강저는 고대 인도의 신인 인드라Indra 즉 제석천의 번개에서 유래된 것
이다. 그러다가 점차 여러 신과 역사가 지니는 무기를 일컫게 되었다. 금강저
의 산스크리트는 바즈라Vajra로, 소리를 따서 발절라跋折羅 또는 박일라縛日
羅 등으로 번역되었다. 그 외에도 곤봉, 다이아몬드金剛 등으로도 번역되었
다. 그러나 간다라의 예술가들은 번개 또는 곤봉의 의미를 선택했다고 한다.
번개는 그리스의 제우스신의 특징적인 속성이기 때문에 금강역사는 자
주 제우스와 동일시된다. 곤봉gada은 헤라클레스 무기로 유명하다. 헤라
클레스는 승리자를 의미하는 칼리니코스Kallinikos라는 칭호를 가진 영웅
이다. 그의 12가지 공업功業은 명부의 신들에게 속한 괴수를 정복하고 포
획하는 것이었다. 특히 네메아의 사자는 죽음과 명계冥界의 화신이었기 때
문에 그는 죽음의 공포를 파괴하고 인간의 구제를 약속하는 자가 되었다
(사진 5). 부처님 역시 번뇌를 소멸시킨 승리자이기 때문에 헤라클레스와 부
처님 그리고 금강역사는 간다라 불전도 속에서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
으로 여겨진다.
금강저를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 즉 금강저는 부
처님의 비밀스런 힘의 상징이고 종자從者인 금강역사는 주인의 ‘상징’을 가
진 자라는 의미이다. 금강저는 만물을 파괴할 수 있다는 성질 때문에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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