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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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라와 금강역사

             금강역사는 다른 지역의 부처님의 생애를 표현한 불전 미술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아쇼카 아바다나阿育王傳』 같은 문

           헌에서 부처님이 전설적으로 여러 곳을 순력巡歷하는 이야기를 서술하는
           가운데, 인도 본토에서는 아난이 부처님을 시봉侍奉하다가 부처님께서 서
           북 지방[간다라]으로 가면서 금강역사로 시자가 바뀐다는 점이다. 그 의미

           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간다라에서 금강역사가 부처님의 시자로서 그만

           큼 중요시되었음을 미술과 문헌에서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근본설일체유부율이 간다라 불전 미술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근본

           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 제9권의 내용이다. 여기서는 금강수야차金剛手藥
           叉로 등장한다. 부처님께서 북천축에서 조복시킬 일을 완수하기 위해 아난

           대신 금강수야차를 동반한다는 사실이다. 『디가니카야』와 『장아함경』에서
           바라문 암몰라자를 위협하기 위해 금강역사가 금강저를 보인 것과 달리 주
           로 ‘용’을 항복시키고 있다. 중인도에서는 바라문이 주된 교화 대상이었다

           면 서북 인도인 간다라에서는 토속 신을 상징하는 용을 항복시키는 것이

           주 임무 가운데 하나였음을 암시하고 있다(사진 4).


             금강역사의 지물




             간다라 불전도 속의 다양한 금강역사의 모습은 세 가지 설로 압축된다.
           첫째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 기원설이고(사진 1), 둘째는 웨
           다 신인 인드라(Indra, 제석천) 기원설이며, 셋째는 비非아리아 기원의 약샤

           Yaksha 기원설이다(사진 3). 기원이 어디에 있든 모두 강력한 힘을 가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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