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고경 - 2020년 8월호 Vol.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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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집중적으로 다뤄봤습니다. 점필재 김종직 선
생의 유훈이 살아 넘치는 고령의 개실마을, 포
은 정몽주 선생의 기개가 서린 영천의 임고서
원, 퇴계 이황 선생의 학문적 근거를 살필 수 있
는 도산서원과 청량산 기행 등에서 길어 올린
선비 정신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습니다. 한훤
당 김굉필 선생이 배향된 도동서원과 회재 이언
『선비, 그 위대한 뿌리』. 적 선생의 독락당과 옥산서원, 달성의 남평 문
씨 본리 세거지와 삼가헌三可軒, 대구 둔산동 경주慶州 최씨崔氏 종택宗宅 탐
방에서는 우리 것을 보존하는 어려움, 보존의 당위성, 그 보존으로 인한
삶의 품격과 정신적 여유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가야의 유적이 남아 있는 박물관에서 본 ‘말머리가리개’는 역사적 상
상력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세심하게 느꼈습니다. 대구미술관에서 전
시한 근·현대 화가들의 그림에 대한 저의 감상 또한 함께 이 책에 담아 보
았습니다. 천재화가 이인성, 호쾌한 필치의 이쾌대, 인간의 화엄을 그린 박
생광, 그림에 대한 안목은 전문적인 평론가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나름
의 해석을 해 보았습니다. 대구의 가장 대표적인 인문화의 대가 석재 서병
오의 삶을 조명하면서 인간을 향한 끊임없는 탐구 자세를, 묵향 가득한 옛
글을 읽음과 동시에 그의 학술적 소양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기행문, 답사기가 아닙니다. 생각하는 여행, 살아 움직
이는 답사, 기억의 반추와 삶을 전망하는 여행과 답사의 전형을 잘 제시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보이는 것만 본 것이 아니라, 사물을 꿰뚫어 보는 지
혜로운 눈으로, 숨어 있던 역사와 전설도 짚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여유
를 가지고 일독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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