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고경 - 2020년 8월호 Vol.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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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증애심이 실제로 완전히 떨어지려면 대오大悟해서 대무심大無心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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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를 성취해야 합니다. 무심삼매에 들어가기 전에는 경계에 따라서 계속
증애심이 발동하므로 이 병은 참으로 고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불자들은 대도를 목표로 하므로 부처님 말씀을 표준삼아
이것이 생활과 행동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내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 나에게 가장 크게 죄를 지은 사람을 부모와 같이 섬
겨라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것입니다.
‘나쁜 사람을 용서하라’거나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은 또 모르겠지만 원
수를 부모같이 섬기라 하니, 이것은 부처님께서나 하실 수 있는 말이지 다
른 사람은 감히 이런 말조차 못 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불교에서는 ‘용서’라는 말 자체가 없습니다. 용서라는 말이
없다고 잘못한 사람과 싸우라는 말은 물론 아닙니다. 상대를 용서한다는
것은 나는 잘했고 너는 잘못했다, 그러니 잘한 내가 잘못한 너를 용서한다
는 이야기인데, 그것은 상대를 근본적으로 무시하고 하는 말입니다. 상대
의 인격에 대한 큰 모욕입니다.
불교에서는 ‘일체중생의 불성은 꼭 같다[一切衆生, 皆有佛性]’ 고 주장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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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성불해 연화대 위에 앉아 계시는 부처님이나 죄를 많이 지어 무간지
옥無間地獄에 있는 중생이나 자성 自性 자리, 실상實相은 똑같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죄를 많이 짓고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겉을 보고 미워하거나 비
방하거나 한층 더 나아가서 세속말의 용서는 할 수 없습니다.
3) 제육식第六識 차원의 생멸심生滅心만 단절한 것이 아니라 생사윤회의 뿌리인 제8 아뢰야식에 내재된 근
본무명까지 모두 끊어진 경지.
4)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T12, p.40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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