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20년 8월호 Vol.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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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르러 그 사람은 다시금 깨닫고 생각했습니다. ‘본래 요순같이
어진 사람인데 내가 잘못 알았구나. 앞으로 우리 마누라를 참으로 존경하
리라’ 하고 마음먹었습니다. 예전에 양반집에서는 아침 일찍 사당에 가서
자기 조상에게 절을 했습니다. 이 사람이 다음날 아침 도포 입고 갓 쓰고
사당에 가서 절을 한 후에는 제일 먼저 자기 부인에게 넙죽 절을 했습니다.
부인이 자기 남편을 보니 미친 것 같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기를 보고
욕하고 때리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정색으로 정장을 하고 절을 하니 말입
니다.
“당신이 참으로 거룩합니다.” 하면서 남편이 또 절을 합니다.
막 쫓아내는데도 한사코 따라다니며 절을 하고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란 본시 모두 착한 것이오. 당신도 본래 착한 사람인데 내가 잘
못 보고 욕하고 때렸으니 앞으로는 당신의 착한 성품만 보고 존경을 하렵
니다.”
이렇게 하기를 한 달 두 달이 지나다 보니 부인도 자기의 본래 성품이
돌아와서 “왜 자꾸 이러십니까. 이제는 나도 다시는 안 그럴 테니 제발 절
은 그만 하십시오.” 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요순임금과 똑같소. 그런 당신을 보고 내가 어찌 절을 안 할 수
있겠소?” 하며 여전한 남편의 기색에, 결국 부인도 맞절을 하기 시작했습
니다.
“당신이 날보고 요순이라고 하는데 진짜 요순은 바로 당신입니다.” 하면
서 서로가 요순이라고 존경하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부처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누구든지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전 인도에서는 조석朝夕으로 예불시간에 반드시 지송持誦하는 것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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