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20년 8월호 Vol.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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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자성에는 조금도 손실이 없고, 아무리 성불했다 하여도 그 사
람의 자성에는 조금도 더함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마귀와 부처는 한 몸뚱
이이면서 이름만 다를 뿐 동체이명同體異名입니다. 비유하자면 겉에 입은
옷과 같은 것입니다.
데바닷타가 아무리 나쁘다고 하지만 그 근본 자성, 본모습은 부처님과
조금도 다름이 없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나중에 데바닷타가 성불하여
크게 불사佛事를 하고 중생을 제도한다고 했습니다. 데바닷타가 성불한다
고 『법화경』에서 수기授記하였습니다. 이것이 불교의 근본정신입니다. 부처
님이 말씀하신 “원수를 보되 부모와 같이 섬긴다.”는 이것이 우리의 생활,
행동, 공부하는 근본지침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불교에 들어오는 첫째 지침은 ‘모든 중생을 부처님과 같이 공경하
고 스승과 같이 섬겨라’입니다. 우리 불교를 행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은 물론 소나 돼지나 짐승까지도 근본자성은 성불하신 부
처님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부처님과 같이 존경을 해야 합니
다. 그러니까 우리 불교 믿는 사람은 상대방이 떨어진 옷을 입었는지 좋은
옷을 입었는지 그것은 보지 말고 ‘사람’만 보자는 말입니다.
옛날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라에 큰 잔치가 있어서 전국의 큰스님
들을 모두 초청했습니다. 그때 어떤 스님 한 분이 검박한 생활을 하고 있
었는데 그 잔치에 초청되었습니다. 본시의 생활 그대로 낡은 옷에 떨어진
신을 신고 대궐문을 지나려니 문지기가 못 들어가게 쫓아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좋은 옷을 빌려 입고 다시 갔더니 문지기가 굽신굽신 하
면서 얼른 윗자리로 모셨지요. 다른 스님들은 잘 차려진 음식들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이 스님은 음식을 자꾸 옷에 들이붓고 있습니다.
“스님, 왜 이러시오. 왜 음식을 자꾸 옷에다 붓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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