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20년 8월호 Vol.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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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이것은 날보고 주는 게 아니야. 옷을 보고 주는 것이지!”
그리고는 전부 옷에다 붓는 것입니다. 얼마나 좋은 비유입니까. 허름한
옷 입고 올 때는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더니 좋은 옷 입고 오니 이렇게 대
접하는 것입니다. 겉모습만 보고 사는 사람은 다 이렇습니다.
혹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 법문하시면서 큰 짐을
지워 주시네. 그건 부처님이나 하실 수 있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나. 말
한마디만 잘못 해도 당장 주먹이 날아드는데 어쩌란 말인가.” 하고 항의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지나간 실례를 몇 가지 들겠습니
다.
옛날에 현풍 곽 씨 집안의 한 사람이 장가를 들었는데, 그 부인의 행실
이 단정치 못했습니다. 시부모 앞에서도 함부로 행동하고, 의복도 바로 입
지 않고, 언행이 전혀 공손치 않아 타이르고, 몽둥이로 때리기까지 하고,
별 수단을 다 해봐도 아무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양반집에서 부인
을 내쫓을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그런데 하루는 그 사람이 『맹자孟子』를
펴놓고 읽다가 이런 구절에서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본성은 본래 악한 것 없이 착하다.
악한 사람이고 착한 사람이고 간에,
누구든지 그 본성은 다 착하여 모두가 요순과 똑같다.
孟子道性善, 言必稱堯舜.” 7)
7) 『먕자孟子』 「등문공滕文公 상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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