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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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가 되면 화엄 7지 보살이다. 숙면일여란 꿈 없는 깊은 잠에 들어서도 일
여한 경계이다. 숙면일여의 경계가 나타나면 8지 이상의 자재 보살인데 이
것조차도 제불 조사들께선 제8 마계라 하여 머물고 집착하는 것을 극력
배척하셨다. 그러니 동정일여 몽중일여도 안된 것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
가? 그러고도 견성이니 깨달음이니 한다면 그것은 차라리 외도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객진번뇌도 떨치지 못했으면서 약간의 지혜가 생겼다고 하
여 그걸 궁극의 견성인 줄 착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혼자만의 착각에 그친
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근거도 없는 망설과 삿된 견해로 다른 이의 본성까
지 오염시키니 참으로 큰일이다. 그러니 보잘 것 없는 견해로 괜한 오기 부
리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 6추뿐 아니라 3세의 미세망상 까지 완전히 떨치
고 오매일여·숙면일여의 경계를 넘어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견성이
다.
1) 1546-1623. 명말 4대 고승의 한 사람으로 『능엄통의楞嚴通議』, 『능가기楞伽記』 등의 저술이 있다.
2) 주관적 마음 작용이 경계의 실상을 알지 못해 실재하는 것으로 여기고는 좋다·나쁘다·옳다·그르
다 등으로 판단하고 망념에 사로잡히는 것.
3) 세친의 『유식삼십송』을 주석한 『성유식론』을 중심으로 발달한 중국의 종파. 마음의 본체를 다루는 여
래장이나 선종 등에 대해 현상계의 모습을 주로 다룬다고 하여 법상종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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