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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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필코 미세한 번뇌에서 벗어나야
붓다의 ‘지혜로운 명맥’[慧命]을 이
을 수 있다. 비교적 큰 번뇌를 영원
히 없앤 ‘아뢰야식만 남아 있는 단
계’[賴耶無心]에서도 아직 참다운 본
성을 체득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하물며 ‘손님처럼 다가온 비교적 큰
번뇌’[客塵煩惱]와 함께 있으면서 참
다운 본성을 체득했다고 자처하는
것은, ‘자기와 남을 착각하게 만드
는’[自誤誤人] 큰 비극을 연출하는
행위와 같다는 점을, 참으로 마음
에 새겨 두어야 한다.
【강설】 동정일여·몽중일여·숙면일여란 말을 자주 거론하는데 이는 공부
를 하다보면 누구나 겪게 되는 경계이다. 동정일여란 가거나 오거나 움직
이거나 가만히 있거나 늘 여여해서 잠시도 끊어짐이 없는 것을 말한다. 쭉
이어지다가 잠깐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는 그런 것은 일여라 하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저녁에 잠드는 순간까지 한 생각이 잠시도 끊
어지지 않는 걸 동정일여라 한다. 몽중일여란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꿈에서도 불경계佛境界가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어쩌다 꿈속에서 경계가
나타나는 듯하고 화두가 조금 들리는 듯싶으면 그걸 몽중일여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것은 몽중일여가 아니다. 잠이 들어 깊은 꿈속에서조차
변동 없이 여여부동如如不動한 것을 몽중일여라 한다. 그런 몽중일여의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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