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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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이 아니다.
그런 상념 속에 운전하다 보니 어느덧 도피안, 피안에 이를 수 있는 화
개산花開山 도피안사 到彼岸寺에 도착했다. 『유점사본말사지楡岾寺本末寺誌』에
수록되어 있는 사적기에 의하면, 도피안사는 865년(신라 경문왕 5)에 도선道
詵 국사國師가 철조비로자나불상(국보 제63호, 사진 1)을 조성하여 철원의 안
양사安養寺에 봉안하려고 하였으나, 운반 도중 불상이 없어져 찾았더니 지
금의 도피안사에 있어 그 자리에 절을 세우고 불상을 모셨다고 한다. 또한
도선 국사는 이 절을 800곳에 달하는 비보국찰裨補國刹의 하나로 삼았다.
풍수에 능했던 도선 국사는 화개산이 마치 연꽃이 물에 떠 있는 연약한 형
국이어서 석탑과 철불로 산세의 약점을 보완하고 비보裨補함으로써 국가의
내실을 굳게 다지고 외세의 침략에 대비하였다고 한다.
천년의 세월에 중건과 중수를 거치며 많은 전설을 지니고 있는 도피안
사는 강원도의 높은 산악지형과 다르게 그리 높지 않은 화개산에 있어, 절
을 찾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천년의 세월을 나라의 안위를 위해 비
보裨補로 조성된 철조비로자나 부처님은 그곳에 강인한 염원을 가진 채 지
금도 앉아 계신다. 비로자나 부처님이 모셔진 대적광전 앞 3층석탑(보물 제
223호) 앞에서 불가기공 제16식 삼수전각三獸轉脚을 촬영했다.
경전에 토끼·말·코끼리가 강을 건너가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를 삼수도
하三獸渡河라고 한다. 토끼는 수면水面으로 헤엄쳐 건너가고, 말은 물에 잠
겨 발이 강바닥에 닿기도 하고 닿지 않기도 하여 떠서 건너가며, 코끼리는
물속 바닥을 디디고 건너간다. 성문·연각·보살을 비유하는 한편 토끼처럼
겉핥기식으로 공부하지 말고, 부지런히 수행하여 코끼리의 발바닥이 강바
닥까지 닿아 강을 건너듯, 부처님의 미묘법을 깨우치라는 것을 비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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