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1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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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철학에 따라 더 너른 세계가 표현되고, 감상자 또한 자기의 수양과 도
           야의 정도에 따라 해석의 층위를 갖는다. 공유와 공감이 생기면서 새로운
           세계로 진전되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간다.

              일감 스님이 해석한 암각화의 정신을 읽어 보았다. 종교인으로서 종교적

           인 해석이 주류임을 감안하더라도, 자기의 생각을 이처럼 객관적이고 보편
           적인 상태로 쓴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 자기를 객관화하고 공감하도록 노
           력하는 맑고 투명한 사유의 결과이다. 맑고 정갈한 단순함이 생각에 더께

           를 더하게 한다.

              그림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사물에 대한 의미, 대상에 대한 인식을 그려
           서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것이다. 공감대 형성은 제작자의 격, 대상에 대
           한 관찰력, 인격, 의식수준을 그 안에서 담론되는 것에서 이루어진다. 그

           림은 자기의 세계를 형상에 담아서 밖으로 내보이는 것이다.

              형상은 동시줄탁同時啐啄처럼 울림을 동시에 주어 깨달음을 상승시킨다.
           여기에 일감 스님만의 독자성이 빛을 발한다. 신神의 세계를 발견한 것으
           로 보인다. 신은 표현할 수 없는 세계이다. 신은 신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이 책(『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 불광출판사, 2020, 사진 2·3)에 담긴 자
           료들은 스님이 본 그림자일지 모른다. 말은 안 하면 안 할수록 좋다. 암각
           화에서 보면 꼭 필요한 내용만 간명직절簡明直截하게 표현하고 나머지는 가

           만히 남겨 놓았다. 남겨 놓은 그곳에 에너지가 숨 쉰다. 말하지 않는 것이

           본질이다. 빛의 속도로 쏘아대는 스님의 작은 파편들이 용광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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