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P. 156

물에 잠기는 것을 내내 안타까워했다. 그러던 어느 해 겨울, 불현듯 스님에
           게 암각화 답사를 가자고 제안했다. 카자흐스탄에 있는 탐갈리 유적이었
           다. 암각화로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유적은 나

           에게 먼 이역이었지만, 암각화 연구자로서 반드시 확인하고 싶은 곳이었다.

             1월 초순에 도착한 카자흐스탄 탐갈리(사진 1), 동토의 땅은 생각보다 훨
           씬 추웠고 바람도 거셌다. 상고대가 핀 너른 벌판은 흰 눈으로 덮여 있었
           고, 멀리 말 탄 경찰만이 순찰을 돌며 흰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스님과 나

           는 마침 겨울철이라 비어 있던 암각화 경비 초소에서 잠을 자고, 몸을 녹

           이며, 해가 뜨면 선사시대의 그림들을 보러 다녔다. 스님과 나는 많은 생각
           들을 공유했다. 탐갈리 암각화는 성스러운 그림으로 가득했다. 그 곳에서
           스님은 펄펄 날아다녔다. 환희심이 읽혀졌다. 대부분의 암각화는 쉽게 내































           사진 1. 「뱃속에 애기말도 뿔이 있더라」, 카자흐스탄, 탐갈리, 청동기 시대. 일감 스님 탁본.



           154
   151   152   153   154   155   156   157   158   159   160   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