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P. 158
가 말하고자 하는 그 떨림을 감지하는 특별한
감感이 있었다. 다음에 이어진 키르기스스탄 고
산에 자리한 싸이말루 따쉬 암각화 유적까지 스
님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해발 3천 미터의 고
산 지대인 이곳은 일 년 중 특정 조건에만 출입
이 가능할 정도로 기후 조건이 열악하다. 카자
르만 마을에서 차로 40여 분을 올라가서 다시
말을 타고 3시간을 더 올라가야 할 만큼 오지
중의 오지이다. 장소의 특수성 때문인지 싸이말
루 따쉬에는 독특한 암각화가 많았다. 일감 스
님은 이곳에서 자신의 생각을 뛰어넘는 어떤 세
사진 2. 일감 스님,
『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 계를 본 듯했다. 스님과 나눈 대화, 그리고 스님
불광출판사, 2020.
의 상기된 얼굴과 한껏 올라간 어깨에서 말로 표
현할 수 없는 어떤 예감과 긍지가 느껴졌다.
스님의 원시반본原始反本 철학은 러시아 알타이 암각화를 관찰하면서도
더욱 깊어졌다. 깔박따쉬와 바르브르가즈이, 엘란가쉬, 차강가, 브라뜨이,
이르비스뚜 등으로 넓혀가며 다양한 편린들을 채집했다. 나는 이 지역을
2번이나 스님과 함께 다녀왔다. 일감 스님에게 제단은 수행처였다. 이른
새벽, 제단 앞에 앉아 깊은 명상에 든 스님의 모습은 그대로 하나의 암각
화였다. 사람은 자기향상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사람은 초월하는 존재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사람은 ‘이미’와 ‘아직’ 사
이에 놓여 있다고 본다. 스님이 암각화에서 발견한 것은 이 ‘사이’에 있는
무엇이 아니었을까.
암각화에 담긴 것은 인간에게 절실한 무엇이다. 그 절절한 이야기는 수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