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P. 73
사진 4. 송광사 화엄탱 부분도.
중 품수가 적은 제4회·제5회·제6회·제8회·제9회 등은 몇 개의 품들을 생
략하여 나타내고 있다. 설법회 가운데 경전의 내용을 가장 충실하게 표현
하고 있는 것은 제1회와 제9회이다. 위에서 언급한 세 점의 화엄탱화는 9개
의 설법장면을 화면 내에 동일하게 배치시키고 있지만 각 화사들 만의 독
특한 존상 표현방식과 색채의 사용으로 서로 다른 화풍을 만들어 내었다.
이와 함께 하단의 연화장세계는 「화장세계품」 1·2·3권에서 서술하는 비
로자나불 정토로, 화엄탱화에는 푸른 물결 위에 대연화와 녹색대, 녹색대
안에 원들이 연결되는 모습들이 표현되었다. 푸른 물결과 대연화는 「화장
세계품」 1권의 풍륜風輪 위의 보광마니장엄향수해普光摩尼莊嚴香水海에 떠있
는 중중광명예향당重重光明橤香幢 대연화의 모습이다<사진 4>.
구성방식으로, 이 방식에 의해 세 점의 화엄탱화의 연화장세계가 완성
된다. 송광사 화엄탱화의 「화장세계품」은 녹색대 안에 복잡하게 펼쳐진 세
계종世界種의 관계를 기호화시켜 선으로 연결하는 데 비해 선암사 화엄탱
화는 녹색대나 세계종을 연결하는 선이 생략되었으며, 쌍계사 화엄탱화는
좁아진 화면 때문인지 15개의 세계종이 생략되고 세계종의 배치도 순차적
으로 전개하지 못하였다. 이는 화엄탱화에 비로자나불의 행원에 의해 이
룩된 연화장세계를 하단에 배치하여 상단에 7처9회의 설법장면의 근거를
마련하고 세계종을 가로로 펼쳐 화면에 안정을 주려는 화사의 의도로 파
악된다.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