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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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를 배치하는 7처9회로 구성된다. 여기에 수평 구조로 볼 때 공간적 비
중은 크지 않지만 지상 설법회 아래에 연화장 세계가 기호화되어 표현되
고 있다. 선암사 화엄탱화는 송광사 화엄탱화와 거의 같지만 쌍계사 화엄
탱화는 각 회의 존상이 생략되면서 명칭을 통칭하여 적고 있다.
세존께서 7처9회에서 설법하시는 장면을 나타낸 장엄한 불화인 이 ‘화
엄 7처9회탱’은 전국적으로 많지 않은 탱화이고 송광사와 선암사 화엄탱화
는 채색彩色 화엄탱화華嚴幁畵의 2대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불화에 등
장하는 낱낱 존상의 옆에는 그 명칭을 기록하였는데 제1 보리장회의 제불
보살과 제천왕, 팔부중, 천녀를 비롯한 주산신 등 104위 신중을 비롯하여
제9 서다림회의 시방제불과 보현 보살, 문수 보살, 그리고 선재 동자가 친
견하여 삼매문을 증득하는 53선지식을 등장시키고 있다. 흑탱화로 완성된
화엄탱화는 유일무이한 수작이 통도사에 있으나 이곳에서는 채색으로 조
성된 것이 다르다. 『화엄경』 7처9회 설법의 내용과 구성을 분류하면 다음
과 같다.
화엄탱화에서 설법회는 설법회의 배경, 주존 노사나불, 제주 보살諸主菩
薩, 시방제불, 제諸 보살, 화엄성중에 기록된 명문을 근거로 『화엄경』의 내
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즉 제1회를 중심으로 좌우대칭으로 전개
되는 8회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제1회를 중심으로
좌우대칭으로 전개되는 8회의 구성에 통일감을 주기 위해 노사나불 방광
의 위치를 경전과 다르게 표현하였다. 지상설법회에서 노사나불의 방광은
신체 상단에서 나온다. 제1회에서 노사나불은 정수리와 양 눈에서, 양 옆
의 노사나불은 발바닥에서 방광하며, 왼쪽의 제9회 노사나불은 양 눈에
서 방광하고 있다. 실제로 7처9회의 표현과 39품의 내용이 완전히 부합하
지 않지만 한 화면에 9개의 공간을 분배하여 합리적으로 구성하였다. 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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