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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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2호 | 달과 손가락 사이 20

                                             가을걷이가 끝난 빈 밭고랑이
                                             쪼그리고 앉았다

                                             빼앗을 건 다 빼앗아

           어느 하나                             뿌리마저 뽑혀 말라비틀어진
                                             세상의 바닥,
           향기로운
                                             생애의 반은 잊혀지고,
           집 한 채가                            그 나머지 반은 허전하다

           아니랴

                                             그런 곳으로도 새들은
                                             먹이 찾아 날아들고
           최재목 시인·영남대 교수
                                             간혹 비닐도 날려 와 허리를 쭈욱 펴고

                                             너덜너덜 쉰다
                                             땅의 한 구석엔 고요가
                                             국화꽃처럼 노랗게 피어 익어가고,

                                             가을 벌떼 윙윙대며 꿀을 퍼 날라

                                             극락전을 짓는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그냥 막 살아 온 것 같아도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졸업, 일본 츠쿠         어느 하나
             바대에서 석·박사 학위 취득. 한국양명
             학회장·한국일본사상사학회장  등  역            향기로운 집 한 채가 아니랴
             임. 저서로 『상상의 불교학』 등 30여 권
             이  있고, 논문으로 「원효와 왕양명」 등
             200여 편이 있다. 6권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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