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고경 - 2021년 6월호 Vol.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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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부처님의 아들 라훌라는 10대 제자 가운데서도 밀행제일密行第一 이라
한다. 아무리 착하고 좋은 일이라도 귀신도 모르게 한다. 오직 대도를 성
취하기 위해서 자성自性 가운데 쌓아 둘 따름, 그 자취를 드러내지 않는다.
한 푼어치 착한 일에 만 냥어치 악을 범하면 결국 어떻게 되겠는가? 자기
만 손해볼 뿐이다.
예수도 말씀하지 않았는가.
“오른손으로 남에게 물건을 주면서 왼손도 모르게 하라.”
세교世敎도 그렇거늘, 하물며 우리 부처님 제자들은 어떻게 하여야 할지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천 마디 말보다 한 가지 실행, 실행 없는 헛소리는 천 번 만 번 해도 소
용이 없다. 아는 것이 천하를 덮더라도 실천이 없는 사람은 한 털끝의 가
치도 없는 쓸데없는 물건이 되는 것이다. 참으로 아는 사람은 말이 없는 법
이다.
그러므로 고인은 말하였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나니, 말하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다.”
또 말했다.
“옳은 말 천 마디 하는 것이 아무 말 없는 것만 못하다.”
그러니 오직 실행만 있을 뿐 말은 없어야 한다.
4) ‘밀행제일’이란 자신이 하는 일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하는 실천을 말한다. 오로지 수행에만
힘쓸 뿐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이다. 십대제자 중에 라후라 존자는 부처님의 아
들이었지만 늘 겸손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수행에만 정진하여 밀행제일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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