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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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가 죽어 버리다니!
그런데 금방 죽은 여인의 시체가 썩어서 당장 진물이 줄줄 흐르는 것입
니다. 천하일색, 그 아름답던 사람이 당장에 죽더니 금방 오물이 흘러내리
니 참으로 흉합니다. 아무리 만승천자萬乘天子가 좋다 해도 죽어서 썩으면
그만이듯이, 아무리 미인이지만 죽어서 썩으니 그만입니다. 부랴부랴 관을
짜서 산에 묻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죽기 전의 그 처녀가 마씨 집 아들의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자신
이 박복하다고 한탄하며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때 웬 스님 한 분이 마씨 집
아들을 찾는 것입니다.
“일전에 이곳에서 처녀 한 사람이 죽지 않았습니까. 그 묘소가 어디 있
습니까?”
묘소를 안내하자 스님이 갖고 있던 석장錫杖으로 묘를 탁 치니 묘가 둘
로 갈라지는데 그 속에는 누런 황금뼈가 소복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 죽은 사람을 묻었는데 석장으로 추켜드니 금쇄골金鎖骨입니다.
뼈 마디마디가 고리로 되어 있어서 머리 부분을 드니 발뒤꿈치까지 끌려
올라왔습니다. 그때 스님이 말했습니다.
“이것을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그 처녀가 바로 관세음보살이야. 이곳 섬서성 사람들이 하도 신심이 없
어서 너희들을 제도하기 위해 관세음보살이 처녀 몸으로 나투어 온 것이
야. 이 금쇄줄을 보게!”
그제서야 마랑은 깨달았습니다.
“참으로 참으로 내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했구나!”
“이렇게 관세음보살이 좋은 법문을 해주었으니 그대들은 불교를 부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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