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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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그 영감이 물었습니다.
           “남방 불법은 어떻게 행합니까?”
           “말세 중생이 계행이나 지키고 중노릇합니다.”

           “절에는 몇 사람이나 모였는지요?”

           “3백 혹은 5백 명이 모여 삽니다.”
           무착스님도 한마디 묻고 싶었습니다.
           “여기는 불법이 어떠합니까?”

           “범인과 성인이 같이 살고 용과 뱀이 섞여 살지요.”

           “그럼 숫자는 얼마나 됩니까?”
           “앞으로 3, 3, 뒤로도 3, 3입니다.”



           ‘용과 뱀이 섞여 살고 범인과 성인과 같이 산다’는 말은 보통으로 들으면

          그저 그런 것 같지만 그 뜻이 깊은 곳에 있습니다. 겉말만 따라가다가는
          큰일 납니다. 무착선사도 그 말뜻이 무엇인지는 모르고 노인과 작별했습니
          다. 한참 나오다가 돌아보니 절은 무슨 절,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자

          기가 그것에 대해 게송偈頌을 읊은 것이 있습니다.



              廓周沙界聖伽藍  시방세계 두루 성스러운 절
              滿目文殊接話談  눈에 가득히 문수와 말을 나누나

              言下不知開何印  당시는 무슨 뜻을 열었는지 모르고

              廻頭只見翠山巖  머리를 돌리니 다만 푸른 산 바위뿐이더라.                 5)




          5)  『조정사원祖廷事苑』(X64, 337b), “廓周沙界聖伽藍.滿目文殊接話談.言下不知開佛印.回頭只見萑山巖.” 『조
           정사원』에는 ‘言下不知開何印’이 ‘言下不知開佛印’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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