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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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섬서성에 ‘금사탄’이라는 유명한 강이 있습니다. 당나라 정원貞元
때,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는 천하일색의 여인이 이 강가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사방에서 돈 있는 사람, 벼슬 높은 사람 등 온갖 사람들이 그
여인에게 청혼하였는데, 여인이 말했습니다.
“내 몸은 하나인데 청혼하는 이가 여러 사람이니 내 조건을 들어주는
사람에게 시집가겠습니다.”
조건은 바로 『법화경法華經』 「보문품普門品」을 외우는 사람에게 시집가겠
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20명이 다 외우고 달려왔습니다. 이
번에는 『금강경金剛經』을 외워 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 시집
간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날 새벽에 보니 또 10여 명이나 되었습니다. 이번
에는 『법화경』을 다 외워 오라는 것입니다. 『법화경』은 좀 많은데도 그래도
이 처녀에게 장가들 욕심으로 죽자하고 외워 왔습니다. 마침내 마씨 집 아
들 즉 마랑馬郎이라는 사람이 사흘 만에 다 외우고 달려왔습니다.
“참 빨리 외우셨습니다. 한번 외워 보십시오.”
줄줄줄 다 외우는 것입니다.
“내가 참으로 천하에 좋은 낭군을 다 찾아다녔는데 당신같이 좋은 낭군
을 만났으니 이젠 한이 없습니다. 당신에게 시집가겠습니다.”
이렇게 결정되어 혼인날을 받고 성례成禮를 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부가 방으로 들어왔는데, 잠시 후 축하객들이 채 헤어지기도 전인데 신
부가 “아이구 배야, 아이구 머리야!” 하더니 갑자기 데굴데굴 구르다가 덜
컥 죽어 버렸습니다.
마랑은 이 처녀에게 장가가기 위해 밤잠도 안 자고 외우고 또 외웠는데
3) 정원貞元 : 당나라 대종代宗의 치세(785-805) 때 쓰던 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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