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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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27호 | 특집 | 성철대종사 열반 30주기 추모 학술대회 : 치사
선문의 정로를 바로 보인 간화선의 종장
진우스님•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근현대 한국불교는 조선의 억불정책과 개항 이후 일본불교의 영향이 중
첩되면서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해방과 더불어 지난 50
여 년에 걸쳐 진행된 불교의 근대화라는 꿈은 청산해야 할 과거사로 전락
한 것입니다.
이에 시절 인연이 도래하면서 등장한 성철 대종사는 ‘부처님 법대로’라
는 기치를 내걸고 뜻있는 이들과 함께 봉암사 결사를 단행하셨습니다. 정
법에서 벗어난 근대불교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한 파사현정의 깃발을 높이
드신 것입니다. 이는 한국불교가 지향해야 할 길을 제시하고 조계종의 초
석을 설계하는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1967년 종립 해인총림의 방장에 추대되어 ‘백일법문’을 통해 중도의 길
을 제시하면서 화합과 공존의 법문을 통해서 일제강점과 한국전쟁이 낳은
대립과 갈등 그리고 불교정화운동 이후 교단의 분열을 씻어내려는 감로의
대설법이 되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6대·7대 종정으로 추대되면서 열
반하실 때까지 우리는 ‘본래부처’임을 설파하면서 개인개인의 자각과 수행
의 완성을 한결같이 독려하셨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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